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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밖은 위험해 : 김이환 소설집
이불 밖은 위험해 : 김이환 소설집

김이환 지음

아작

2021

  • 청구기호 : 813.7-김68ㅇ
  • ISBN : 9791165508937
  • 대상 :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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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SF/판타지 문학의 어린왕자, 김이환의 고요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들,
김이환의 우주에선 “모든 것이 아름답고 아무도 상처받지 않았다”
김이환 작가 데뷔 이후 17년 만의 첫 소설집 『이불 밖은 위험해』. 김이환의 소설은 고요하고 아름답다. 이불과 문이 자신에게 말을 걸어도 조용히 정신병원으로 스스로 걸어가고(〈이불 밖은 위험해〉), 자신을 구해준 초인이 찾아와도 그저 조용히 멀리서 “만나서 반갑습니다” 하고 만다(〈#초인은 지금〉). 아무리 조용히 말해도, 초인이 들어줄 것을 알기 때문이다. 독자가 들어줄 것을 믿기 때문이다. 곧 우주가 생명을 다한다는 데도, “종말이 오더라도 일단 깨진 유리는 치워야겠다”고 말한다(〈모든 것의 이론〉). 깨진 유리는 아름답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누군가 다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재미없으면 ‘죽는다’는 위험에 처해도, 소설 속 소설가는 또 그저 조용히 이야기를 짓는다(〈스파게티 소설〉).

물론 센 이야기도 있다. 김이환에게 젊은작가상을 안긴, 인체 개조를 거듭하다 결국 액체가 되기도 하고(〈너의 변신〉), SM 플레이어들의 ‘본디지’와 ‘더티 플레이’까지 등장한다. 그러면서도 작가는 계속 걱정한다. 심지어 이야기에 괄호까지 쳐가며, 시끄럽지 않게, 누구도 이야기를 듣고 다치지 않게, 배려한다. 도대체 이 고요한 아름다움은 어디에서 왔을까, 이야기를 읽는 내내 궁금했던 독자는 저자의 프로필을 보고 그저 조용히 웃게 될지도 모른다. 레이 브래드버리를 읽고 작가가 되고 싶어 했다고. 그렇게 레이 브래드버리를 꿈꾸던 소년은 일상의 불안과 공포 속에서도 조용히, 팬데믹이 세계를 강타하는 와중에도 조용히, “이불 밖은 위험하니까 나가지 마”라고 우리를 걱정하고 보듬어주는 소설가가 되었다.
김이환 작가의 등장인물들은 이 먹구름이 익숙한 듯하다. 일상을 덮는 어두운 변화에 대한 암시 속에서 모든 이들은 암묵적으로 이 상황을 당연한 것이라 받아들인다. 그의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조만간 닥치거나 수면 밑에서 진행되거나 어느새 마무리된 재앙에 대해서 어떠한 호들갑도 떨지 않고, 그저 묵묵히 다음을 대비하거나 기다리기만 할 뿐이다. 때때로 강렬하고 자극적인, 폭풍우가 몰아치는 순간이 닥치더라도 차분함을 잃지 않고 이에 인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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